강릉은 커피의 고장이다.
여행지는 단순히 날씨, 좋은 경치가 전부가 아니다. 컨텐츠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카페는 훌륭한 낮시간 여행 컨텐츠다. 강릉은 커피가 맛있다고 알려졌다. 강릉 여행 중 낮시간을 보낼 만한 좋은 컨텐츠가 되는 셈이다.
이번 강릉 여행은 특히 차분히 쉬면서 생각하고, 책보는 게 컨셉이었기 때문에 좋은 카페를 가는 게 중요했다. 카페 투어까진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3~4시간을 알차게 보낼 카페를 찾아 다녔다.
강릉 카페 방문지
1. 엔드 투 앤드(end to and)
강문해변 끝자락에 위치한 카페다. 조경과 경치가 유명한 곳인 듯 했다. 그래서 찾아가는 길도 멋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입구가 예상외로 평범했다. 게스트하우스 건물 1층으로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예상이랑 너무 다르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었다.
건물 1층을 지나 뒷편 정원으로 나갔다. 하얀 자갈이 깔린 길을 따라 걸으니 갈대와 소나무가 어울어진 정원이 등장했다. 스피커에 몽환적인 음악이 흘러나왔다. 분명 경계면 수목 너머로 논밭과 도로가 보였으나 조경과 음악으로 안쪽 공간이 완전히 별개의 공간이라고 느끼게 했다. 뒷편 정원 중심부에 물의 소나무가 있었고, 그 소나무를 둘러싸고, 박공지붕 형태의 실내 공간과 야외좌석이 놓여 있었다.
상당히 괜찮았다. 다만 이날 날이 너무 궂어서 야외에 있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도 날 좋을 때 다시 한번 꼭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커피는 마시지 않아서 평점은 매기지 않겠다.
2. 카페 툇마루
강릉에서 가장 핫한 카페 중 하나라고 한다. 주말에도 2-3시간 웨이팅 있을 정도라고 했다.
엔드투앤드에서 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방문했다. 평일이라 강릉 자체에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카페 툇마루에 도착하니 주차장과 인근 도로가 꽉 차있었다. 겨우 주차를 했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건물에 들어서니 주문줄이 보였다. 안되겠다 싶어 와이프가 자리를 맡으러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채 주물줄에 서있었다. 그런데 주문줄 앞쪽에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주문하면 50분 뒤에 음료가 나옵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겠다 싶어 그냥 와이프를 데리고 나오려고 좌석이 있는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그랬더니 오픈 키친 안쪽으로 길게 뻗은 좌석 공간이 보였다. 이미 그 자리에 사람들이 빼곡히 차있었다. 마치 전깃줄에 참새떼가 길게 앉아있는 것 같았다.
정말 인가가 많은 곳이었다. 커피 맛이 몹시 궁금했지만 다음번에 오픈런을 하거나 테이크아웃을 해보자고 다짐하고 나왔다. 커피는 마시지 않아서 평점은 매기지 않겠다.
3. 카페에이(★★★)
아르떼뮤지엄 강릉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아르떼뮤지엄은 제주에 처음 오픈한 몰입형 디지털 아트 미술관이다. 2004년 설립된 디스트릭트는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는 디자인 업체였다. 그러나 b2b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로 자본잠식 상태에 허덕였다.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출신 이성호 대표가 2016년 대표이사를 맡은 후 B2C 사업인 아르떼뮤지엄 제주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2023년 2월에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 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20813413818965
'아르떼뮤지엄' 디스트릭트, IMM인베서 1000억 투자유치 - 머니투데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가 코엑스 '웨이브',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으로 알려진 디지털 디자인 전문기업 디스트릭트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8일 디스트릭트는 IMM인베스
news.mt.co.kr
아르떼뮤지엄 강릉은 2021년 12월 오픈했다. 언론상에서도 방문자가 꾸준하다고 했는데, 내가 갔던 날도 단체 관광객, 개인 관광객이 계속 왔다.
카페 툇마루의 기억이 떠올라 아차 싶었으나 다행히도 카페에이는 조용했다.
카페에이는 통창으로 3층 층고 정도 높이로 밖을 조망할 수 있어 시야가 딱 트였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작은 하천이 흐르고, 그 뒤로 허균, 허난설헌 생가 및 그 생가를 둘러싼 해송숲이 있다. 통창으로 하천과 숲이 한눈에 들어와 시원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여기에 자리 잡고,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했다. 커피는 묵직한 바디감이 강한 맛이었는데 씁쓸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 좋았다. 디저트도 나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힐링 컨셉에 알맞는 곳이었다. 미디어아트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운영하는 카페 답게 내부에 상당한 높이의 직사각형 미디어아트월이 있었다. 아트월에서 그라데이션 색이 은은하게, 그리고 천천히 변하면서 공간에 특색을 부여했다.
다음번에도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다.
분량조절 실패로 본격 카페 방문기는 2편으로 넘어간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