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넷플릭스 <선산>을 보고나서

by 후토마끼 2024. 1. 21.

 

 
 
<부산행>, <반도>, <지옥>, <정이> 등을 연출한 의 연상호 감독이 기획 및 극본을 맡은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다.
 
<지옥>과 <정이>에서 호흡을 맞춘 김현주, 류경수가 연상호와 인연으로 다시 출연했다. 연상호는 제작발표회에서 김현주가 뮤즈라는 질문에 "뮤즈(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보다는 페르소나(감독에게 분신 같은 배우)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답변했다. 개인적으로 연상호 감독에게 고맙다. 김현주라는 배우를 잘 활용한다. 김현주는 거의 30여 년이 다 되가는 배우생활 동안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발전한 배우다. 트렌디한 미니시리즈 주인공에서 이제는 장르물을 이끌로 가는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가 되었다.
 
연상호는 장재현 감독과 함께 오컬트 혹은 사이비, 무속신앙을 소재로 다채롭게 작품을 만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2월에 장재현 감독의 <파묘>도 개봉 예정에 있어 두 작품이 서로 힘을 주고 받을 수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연상호는 무속신앙이나 오컬트를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하나의 장치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인간들 간의 욕망, 그로 인한 갈등 및 파국에 있다.
 
이번 <선산>도 오컬트나 무속신앙에 대한 부분은 스릴러를 위한 장치, 반전을 위한 보조적인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겨울이라는 배경이 주는 쓸쓸함이 작품 전반의 주요한 테마다. 농촌 마을을 주무대로 하지만 푸르른 나무잎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을씨년스러운 200년 된 고목나무가 작품의 분위기를 잘 대변한다. 
 

 
 
 
<선산>의 이야기는 예측가능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변주가 존재한다. 이미 1화에서 예고편 내용의 대부분을 다룬다. 빠르게 전개를 이어가며 윤명길의 죽음에 관련된 사건을 해결한다. 맥거핀처럼 등장하는 마을 이장, 개발 관려 갈등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그러나 1화 끝에 윤서하(김현주)의 남편 양재석(박성훈이라 쓰고 전재준이라 읽는다..)이 살해 당하면서 극은 다른 방향으로 튄다. 거기에 박 반장(박병은)과 최성운(박희순) 간의 이야기가 엮인다. 
 
윤서하의 욕망과 절망, 선산에 대한 욕망과 절망, 수사를 이끄는 경찰서 내 박 반장의 욕망과 절망, 컴플렉스, 최성운의 절망과 상처가 엮이며 다양한 화음을 만든다. 이런 인간관계들이 나름 조화롭게 연출되어 극의 긴장감을 이어간다. 
 
 
 

 
나름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지옥>에서 유아인의 '약 빤' 연기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빛을 덜 보았던 김현주의 연기가 <선산>에서는 정말 빛을 발한다. 물론 류경수, 박희순, 박병은 그리고 다른 조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지만 김현주가 연기한 윤서하는 욕망과 절망의 경계를 잘 표현했다. 감정의 흐름을 극의 흐름과 정말 잘 연결해냈다. 
 
 

댓글